review/영화

블랙 코미디 영화 추천 효자동 이발사

flow-away 2021. 3. 15. 16:06

2004년에 개봉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 입니다.

블랙 코미디 영화가 무엇인지 몰랐는데, 이 영화를 보고 한번에 깨달았습니다.

아..이런 영화를 보고 블랙 코미디 영화라고 하는거구나...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던 영화기도 했구요. 

 

1960년대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기때문에 어느정도의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허구가 잘 섞인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완벽한 사실만을 할거면 블랙 코미디 영화로 만들지 않았을거란 생각도 들었구요.

 

그저...3월 15일인만큼 한번쯤 봐야할 영화인것같아 추천해봅니다.

 

결말까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여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스압이 예상됩니다.

 

 

 

 

정식명칭이 아직 청와대가 아닐 그 시절, 효자동에는 이발관을 운영하는 성한모라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발사였고, 그와 함께 일하는 면도사인 김민자를 꼬여내서(조금 순화해보았습니다..;;;) 정말 한지붕 아래 같이 살게 됩니다. 영화는 한모와 민자의 아들인 낙안이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내내 벌어지는 일들이 천진난만한 아이의 목소리로 전개가 되는 방식이다 보니, 여기서 느껴지는 무언가의 모순을 노린듯 싶었습니다.

 

어린이와 어울리지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영화였으니까요. 

 

그리고 3월 15일, 부정선거의 날이 밝았습니다.

 

 

승리의 브이사인!..과 기호 2번을 헷갈린 한모는 대충 도장을 침으로 문질러내고 기호1번에 다시 투표를 합니다. 한번으로는 안심이 안된건지 여기저기 마구 찍어댑니다. 게다가 비밀투표고 뭐고 상관없이 남의 투표실(?)에 마구 끼어들어 2번이 아니라 1번이라고 알려주는데 선거위원회 사람들은 보고도 못본척하는건지 아예 말릴 생각이 없는건지 그들만의 회의에 끼어들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 아주 막장의 끝을 달리죠.

 

투표가 끝나고 개표를 하는 장소는 더욱더 가관입니다.

투표용지를 빼돌리고, 찢어내고, 심지어는 용지를 먹고...일부러 정전을 일으켜서 투표용지들을 빼돌릴려고 하죠.

그 일에 앞장선건  최씨와 그를 돕는 한모였습니다. 

결국엔 빼돌린 다른 후보의 투표용지를 땅에 묻기도 합니다. 이것도 한모가 한몫거들죠.

 

하지만 사람들이 가만있지 않겠죠? 그 부정선거를 무효로 하려는 시위대와 그걸 막으려는 시위진압대가 충돌하면서 민자와 한모는 그 가운데 말려듭니다. 빨리 아기를 낳으러 병원에 가야했지만 흰가운을 입은 한모를 시위대 사람들은 의사로 착각하고, 어쩌다 보니 다른 환자들과 함께 병원으로 향하게 되고....민자는 무사히 낙안이를 낳게 됩니다.

 

편하게 살라고 지은 이름. 즐거울 낙에 편안할 안. 樂安

하지만 낙안이의 인생은 즐겁고 평안하지 못했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어쩌다 보니 대통령의 이발사까지 되지만, 한모는 하루하루가 불안할 뿐입니다.

만약 입을 잘못놀렸다간 목이 댕강..정말 뜻 그대로 댕강 잘릴수 있는 자리였으니까요. 악몽도 꾸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모에게 인생이 뒤바뀔 일이 찾아오게됩니다.

무장공비들이 앓았던 설사병이 마루구스병(영화안에만 존재하는 병)으로 퍼지게 되면서 온동네의 설사환자들은 중앙정보부가 알게모르게 잡아가는 일이 생긴것입니다. 효자동도 피해갈수는 없었죠.

 

사실...그 병이 뭐가됐든간에 중앙정보부는 상관이 없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은 무엇이든 이유를 붙여서 자기들 입맛에 맞게 바꾸는게 특기였던 사람들이었으니까요.

정말 설사 하나만으로 잡혀갔던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무장공비들과 내통했던 사람들로 몰려 자백을 강요당하게 됩니다.

그 안에는 만두집 왕씨도 있었고, 최씨도 있었습니다. 

 

그리고....한모의 아들 낙안이도 설사를 했다는 이유로 잡혀가게 됩니다.

낙안이가 설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된 한모는 이발소에 대통령 경호실장이 있었기때문에 낙안이를 경찰서에 친분있는 경찰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잠시 봐달라고 했지만 그 경찰이 신고해서 낙안이가 잡혀가게 된것입니다. 

 

어린아이도 봐주지않는....신고정신 추털한 한 효자동 경찰...

 

저는 이 장면을 일부러 이렇게 표현한건줄 알았거든요? 아무리 영화라고 해도 어린아이를 전기고문한다는게 끔찍하니까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한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고문당해서 낙안이가 환상을 본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환상을 보든 연출로 무마를 했든, 낙안이가 전기고문을 당한건 확실하다고 생각한게, 이 뒤에 윗사람한테 발각이 되서 저 고문하던 사람도 맞았고, 낙안이도 눈이 가려지고 손이 묶인채 한모의 집 앞에 버려집니다.

 

그런데, 낙안이가 일어서질 못하게 됩니다. 고문의 충격이었던건지 아님 정말 전기고문 말고도 다른 폭력을 당해서 그런건지...낙안이는 다리의 힘을 잃게 됩니다ㅠㅠㅠㅠ 분명 즐겁고 편안하게 살라고 낙안이라고 이름 지었는데ㅠㅠㅠㅠ 평안하지 못한 낙안이의 인생ㅠㅠㅠㅠ 아버지는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아이를 업고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니지만 딱히 낫게하지 못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에 충성심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 한모가 바뀌게 되는것같았습니다. 

아무리 나라가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자식이 먼저인 아버지였으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그 설사사건으로 인해 효자동에서 잡혀갔던 사람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북한공작원으로 짜인 그 시나리오대로 사형을 당했으니....더이상 나라에 대한 그 어떤 감정도 남을 이유가 없었을것같았습니다.

 

 

낙안이의 다리는 고치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던 어느날....용이 떨어집니다.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들려옵니다.

1년 전, 산골 어느 의원의 말대로 정말 용이 죽게 된것입니다. 그 말을 흘려듣기는 했으나 긴가민가 하면서도 아들이 낫는다는데 해볼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다 해봐야하는거 아니겠습니까? 한모는 당장에 달려가 대통령의 초상화의 눈을 도려내고 그 안료로 약을 지어 낙안이에게 먹입니다. 

 

사실 낙안이도 그 말을 믿지 않았고, 맛도 없었지만 약을 해준 어머니와 아버지의 정성에 아무말없이 먹었습니다.

낙안이..정말 착한 아이예요. 그런 일이 있었는데 삐뚤어지지않은것만으로도 대단한 아이라고 생각합니다ㅠㅠㅠㅠㅠ

 

그 전에 제일 대박이었던 장면은...그 안료를 넣은 통을 들키지 않으려고 삼켰었는데, 그걸 빼내는 장면과 대통령의 장례차가 이발관 앞에서 멈춰서서 움직이지 않는 신기한(?)일이 겹치게 됩니다. 그런데 한모가 드디어 그 안료통을 뱃속에서 꺼내는 순간!....장례차는 다시 움직입니다. 

이 장면이 대박인 이유는 잘 생각해보면 아실거라고 생각됩니다^^

 

 

장례후 대통령인 바뀌고 바뀌어서 다들 아시는 그 분으로 대통령이 되었는데, 한모는 또 다시 대통령 전속 이발사로 불려가게 됩니다. 그 전대의 대통령 이발사였다는 이유만으로 말이죠.

하지만 이제 나라에 마음이 뜬 한모는 더이상 대통령 이발사를 하고 싶지않았습니다. 

그래서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을 하죠.

 

"각하, 머리가 다 자라나면 다시 오겠습니다."

 

..영원히 안오겠다는 소리죠? 머리카락이 자라날리 없으니....

 

그 한마디로 인해 목이 잘리지는 않았지만 엄청나게 맞고 마포자루에 담겨져 그 옛날의 낙안이처럼 집으로 돌아오게 된 한모. 그는 이제 더이상 대통령을 만나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그리고....

낙안이는 다시 일어서게 됩니다. 두 발로. 한 걸음 한 걸음. 어렸을적 걸음마를 하듯이.

평생을 못 걸을거라고 생각했던 아들이 다시 걷게되고, 자전거를 타게 되고....즐거운 한모의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블랙 코미디 영화라고 처음에 들었을때는 뭔가 어려운 내용의 영화일줄 알았는데, 사실은 어렵지는 않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은 영화였습니다. 웃기에는 상황이 좋지않고...울기에는 상황이 웃기고....

 

영화가 다 끝나고 나면 이상한 마음이 남지만, 그로 인해서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효자동 이발사였습니다.

 

그 시대의 모습을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가까운 모습인 아버지라는 인물을 통해서 보여주면서도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놓치지않는 영화였던것같습니다.

 

현실은 효자동 이발사보다 더 코미디였을테니까요.

 

3.15 부정선거때의 내용을 저번에 예능프로그램 소개하면서 저도 다시 자세하게 알아보게 됐는데...

정말 현실이 더 코미디입니다. 현실을 이길만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없어요...

 

그 당시의 현실을 잘 꼬집은 괜찮은 블랙 코미디 영화인것같아서 추천합니다.

 

 

 

 

상당히 딴소리이긴 하지만....

 

20살 성낙안 역할의 노형욱 배우와 어린시절의 성낙안 역할의 이재응 배우가 너무 닮아서 조금 헷갈리기도 했는데, 어쩜 그렇게 똑 닮은 배우를 섭외한건지...진짜 대박이었습니다. 

아기 낙안이는 채성민 이라는 아기배우(?)입니다. 너무 귀여웠어요..^^

 

 

 

이상, 블랙 코미디 영화 추천 "효자동 이발사" 였습니다!